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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담] 게임회사 다니면서 느끼는 것들

by 버벙기 2023. 11.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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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에 앞서

블로그를 쓰다보니 제 개인(?) 정보를 처음으로 오픈하는 것 같습니다. 제목 그대로 저는 지금 게임 회사에 다니고 있고 현재 N가 중 하나에서 재직 중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게임을 좋아하기도 했고 막연히 게임 관련 업계에 몸을 담으면 하루종일 실컷 놀 수 있을 거라는 철없는 상상을 하기도 했죠.

 

막상 들어오면서 제가 어렸을 때 상상했던 그림과는 달랐던 점이 많았습니다. 사람들과 환경, 그리고 어느정도 깔끔한 분위기 등 회사마다 가지고 있는 색깔이 다르지만서도 게임업계는 "사회"라는 큰 틀 안에서 뭔가 다른 노선으로 가는 느낌이 굉장히 강했거든요.

 

이미 재직 중이신 분, 취업 준비 중인 사람, 이미 업계를 떠난 사람 등 자신이 위치한 환경에 따라 보는 시선이 모두 다르겠습니다만, 곧 7년차를 앞둔 제 입장에서 현재 업계의 상황, 게임회사의 환상과 현실 등 생각나는 주제로 오늘 포스팅을 시작해보려고 합니다.

게임 회사의 근무 환경

게임 회사의 근무 환경은 일반적으로 좋게 알려져있죠. 자율 복장, 아무도 터치하지 않는 머리 스타일, 자유롭게 게임할 수 있는 분위기 등 보편적으로 퍼져있는 인식이 있습니다. 제가 처음 들어왔을 때도 위 환경은 머리 속에 심어져 있을 정도였으니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겁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당연히 회사마다 다릅니다. 아무리 게임 회사가 자유로운 분위기라고 해도 결국 게임 회사 역시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거대 조직입니다. 따라서 회사마다 추구하는 분위기가 당연히 다를 수 밖에 없고 캐시카우 게임을 여러 개 보유한 회사라면 상대적으로 매출에 압박을 덜 받으니 자유로운 분위기를 가질 수 있는 반면 게임 하나로 회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면 압박형 분위기가 조성이 되기 때문이죠.

 

제가 재직 중인 회사는  캐시카우를 보유하고 있지만 최근 신입, 경력직이 대거 입사하면서 인건비 상승으로 인한 적자로 전환했습니다만 여전히 회사 문화나 분위기는 자율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특히 위에서 언급한 복장 관련해서는 거의 터치가 없는 편이지만 적자로 전환하면서 분위기는 예전보다 많이 무거워졌죠. 사실 제가 이렇게 적는 것보다 여러분이 추후 게임 업계에 발을 들이게 되면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되실 겁니다.

근무 중 자유롭게 게임을 할 수 있다?

게임 회사 근무 환경과 연관있는 주제입니다만 제가 느끼기엔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거의 플레이 할 수 없는 분위기입니다. 제가 입사했을 당시 오버워치의 인기가 상당히 높을 때였습니다. 사내 대회도 있었고 점심을 빨리 먹고 와서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오버워치만 주구장창 플레이했던 적이 있는데요, 게임에 집중하다보면 어느새 시간이 흘러가있고 업무 시간까지 침범하게 됐었죠.

 

처음에는 이런 분위기가 당연한 줄 알았습니다. 아무도 얘기를 하지 않았고 저 포함 많은 사람들이 업무 시간에도 게임을 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체 공지로 이런 문화가 타인에게 민폐를 끼친다는 부분을 강조하면서 자제해달라는 메일을 받았습니다. 사실 업무 시간엔 당연히 업무를 해야 합니다. 제 잘못이 맞았으니 단순히 게임 회사의 문화라고 하기에는 비약이 있다고 봅니다.

 

진지하게 얘기했지만 근무 시간 내 게임은 어디까지나 짧은 모바일 게임 한정으로는 굉장히 자유로운 편입니다. 요새 방치형 모바일 게임, 앱플레이어로 모바일 육성을 하는 유저들이 많아지면서 근무 시간에 틈틈이 확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여기서 눈치채셨겠지만 화면 전체가 게임으로 뒤덮히는게 아닌 이상 짧은 플레이라면 대부분 보더라도 눈 감아주는 케이스가 많았습니다.

많은 게임 플레이가 입사에 도움이 되는지?

구체적으로는 "어떤 게임"을 플레이했냐에 따라 갈립니다. 예를 들어 NC소프트에 입사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간판 게임인 리니지, 혹은 리니지와 비슷한 장르의 RPG를 오랜 시간 플레이했다면 관련 지식이 상당히 많을 겁니다. 하지만 전혀 상관없는 게임을 플레이해서 이 부분을 오히려 부풀리게 되면 역효과만 나게 되죠.

엔씨소프트리니지M
NC소프트 / 리니지M

"게임 플레이" & "게임에 대한 관심도" 자체는 도움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재직자 한정으로는요. 저 같은 경우 워낙 게임을 좋아했다보니 업계 내 이슈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았습니다. 업무랑 상관이 없어도 게임과 연관이 있으면 모든 기사를 찾아봤고 여러 인사이트도 만들고 했었죠.

 

많은 분들이 간과하시는 점이 게임을 많이 플레이했기 때문에 장점으로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입사지원서에도 엄청난 양의 게임을 플레이한 것을 자랑스럽게 쓰시는 분도 많았고 조금 더 눈에 띄기 위해 미니게임 기획서도 첨부하신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러 지원서를 받아보니 사실 기획과 관련된 내용은 대부분 "게임 감상문"에 가까웠죠. 제가 받아본 지원서 중 게임 경험은 적지만 회사에서 서비스하는 게임과 최대한 비슷한 류만 골라서 언급하는 분들이 대체로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대다수 회사원들이 그렇듯 자신의 적성을 살려서 회사 일을 하시는 분은 많이 없습니다. 때문에 게임에 대한 호기심은 관심으로 높이시되 플레이 경험 자체는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내용으로만 언급하는게 더 도움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결국 일을 하게 된다는 건 회사의 방향에 맞게 움직여야 하니 관련 툴이나 비슷한 일을 해보는게 오히려 더 어필이 되죠.

게임 회사만의 장점

존재할 수 없는 개발자
존재할 수 없는 개발자

개인적으로 뽑는 최대 장점은 복장입니다. 아무래도 산업 자체가 젊은 층을 대상으로 장사하다보니 재직 중인 분들도 뭔가 동년배에 비해서 사고 방식이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회사마다 다르지만 게임회사의 복지가 대부분 개발자에게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요, 개발자들이 불편한 상황을 제거하기 위해 여러 재밌는 복지가 만들어지는데 그 중 하나가 복장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네요.

그 외 단점?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크런치 모드라고 생각합니다. 크런치 모드를 모르는 분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게임 개발 사이클 동안 데드라인이 가까워지거나 긴급하게 마감해야 할 때 발생하는 현상으로 프로젝트 구성원이 단체 야근을 하는 개념입니다.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서 주말이나 휴가를 포함해서 과도하게 근무해야하는 상황도 있기 때문에 당연히 부정적인 측면이 발생하기 마련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야근이라고 썼지만 게임 회사에서 프로젝트 마감일을 담보로 반강제성으로 일하기 때문에 업계를 지적할 때 가장 많이 뽑는 문제점 1위기도 합니다. 넥슨이 가장 처음 노조를 설립했을 때도 크런치 문화를 비롯한 업계 전반에 걸친 직원들 처우 개선에서 시작됐을 정도니까요. 

어쨌든 크런치 모드의 단점은 야근임과 동시에 건강 문제, 창의력 감소, 업무 만족도 하락, 지속 가능성 하락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장기적인 크런치 모드는 결국 업무 의욕을 잃게 만드는 역할도 분명히 하니까요. 국내 개발 문화는 일단 데드라인을 정해놓고 어떻게든 맞추자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쉽게 바뀌지 않는데요, 해외 메이저 개발사인 블리자드, 라이엇 게임즈 등 굵직한 개발사들도 크런치 모드가 있지만 한국 개발사가 유독 강박적인 부분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때문에 일반적인 메이저 개발사들은 크런치 모드를 해소하기 위한 장치고 그만큼의 복지와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렇다고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진 않지만요) 만일 이 글을 읽는 여러분들이 게임 업계를 꿈꾸는데 크런치 모드가 걱정된다고 하면 제 대답은 "그래도 한 번 도전해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회사를 가도 필요 이상의 업무는 발생하기 마련이고 그런 어려움을 어쩔 수 없이 겪어야한다면 편한 상태에서 해보는 게 절대 나쁘진 않거든요. 어디까지나 제 경험담이지만 게임을 좋아한다면 똑같이 야근이라도 받아들이는게 달라졌습니다.

마치며

쓴 글을 다시 읽어보는데 장점보다 단점이 더 긴걸 보고 그동안 느낀걸 적다보니 저도 모르게 단점이 더 부각됐나? 싶었습니다. 사실 단점없는 회사는 없는데 말이죠. 제가 회사 다니면서 느낀 점은 '어차피 회사는 절대 좋은 곳이 아니다'라는 겁니다. 좋든 싫든 일이 되버리면 결국 힘이 들도 스트레스를 받고 여러 사람과 소통하다보니 그 과정에서 여러 감정이 생기다보면 뿌듯함, 성취감, 실망 등 다채로운 기분을 가지게 됩니다.

 

저 같은 경우는 게임 업계 입성 전 잠시나마 무역 쪽에서 일했습니다. 길진 않았지만 거기서 받은 스트레스들을 다 합치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됐었죠. 원하는 일이 아니기도 했고 단순 취업만을 노려서 있었기 때문에 업무 관심도도 낮은 편이었습니다. 결국 성장은 더딜 수 밖에 없었고 그 결과는 퇴사, 지금의 회사로 들어오는 계기가 됐죠.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는 아주 만족하고 있습니다. 사람도 좋지만 관심과 흥미로 점철된 업계다보니 더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요.

 

여러분도 해야하는 일과 하고싶은 일을 고민해보길 바라며 제 짧은 글이 조그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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